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 코로나19 바이러스발 위기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사나 말코라(Susana Malcorra) IE 국제·공공정책 대학 원장(Dean)이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하면서 내놓은 주장이다. 말코라 원장은 전직 아르헨티나 외무장관(2015~2017년)이자 2012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래 사무차장(chief of staff)이 됐고 2015년까지 근무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해당 위기 대응을 위해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국제협력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협력이 다시 한 번 절실한 상황이지만 말코라 원장은 “에볼라 위기 때보다 국가들 간에 협력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물론 그는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 범위가 훨씬 더 넓고 코로나19 바이러스(공격을) 피한 국가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반응은 글로벌하지 않았다”며 그는 “자국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각국 정부가 반드시 주위 국가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말코라 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후 국제사회가 해당 위기에 어떻게 대응을 해왔다고 보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대응은 `글로벌`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위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국가들이 뭉쳐 일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위기 초기에) 유럽연합(EU) 반응을 보면 이 말이 와 닿을 것이다. EU 국가들은 각기 따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대처법을 내놓았다. 해당 국가들이 반응한 시기는 다르고, EU 국가들이 모여 이에 대해 논의하지도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를 완화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가들은 경계선을 넘어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비롯해 인류적 관점에서 해당 위기가 빈민국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에는 지역 평화와 안보 문제도 걸려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비전이 필요하다. (세계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글로벌 비전이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전직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으로서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아직도 외무장관이었다면 제일 먼저 지역별 교류를 시도했을 것이다. `이웃 국가`들이 서로 협력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상호 간 도움이 되는 공공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
―국가는 국제사회를 돕기 전에 자국민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하지 않나.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 국가 보안과 글로벌 책임, 이 두 가지를 놓고 (정부는)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정부는 당연히 자국민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 자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타국을 도울 수 있겠나. 하지만 자국 상황에 대처를 한 후에는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나라들을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기가 찾아오면 과거 위기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당신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우리는 이전에도 파괴적인 팬데믹(대유행)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주변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은 여전히 없다. 코로나19 위기 초기를 되돌아보면 전 세계는 방심하고 있다가 위기를 맞이했다. 이는 정부가 역사적 교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팬데믹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세 가지 역사적 교훈이 있다. 첫째, 지리적 통계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1854년 영국 런던에서 콜레라가 발병했을 때 의사 존 스노는 지도에 콜레라 환자 발생 위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해당 바이러스 환자들이 한 식수원 근처에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당 식수원이 콜레라 발병의 근원지임을 발견했다. 당시 그리고 그는 동네 관리자들을 설득해 펌프를 폐쇄했고, 그 덕분에 콜레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둘째, 기초재생산지수(R0)의 중요성이다.
감염자 1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감염력을 나타내는 R0는 백신이 생긴 후 어떠한 액션플랜을 취해야 할지를 계획할 때 도움이 된다.
셋째, 16세기로 돌아간다. 1546년 이탈리아 베로나의 의사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는 `전염병에 대해(De contagione, et contagiosis morbis et eorum curatione)`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에서 배울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바이러스 감염자와 비감염자는 서로 떨어지고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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